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대부분의 목사들은 교인들에게 풍성한 대접을 받는다. 여러 모양으로 사랑과 정성으로 베풀어 주신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저에게는 곤란한 것이 있다. 아내의 머리를 하러 미장원을 가면 함께 간다. 아내가 파마를 하는 동안에 책을 읽거나 잠을 청하곤 한다. 미용실 집사님이나 권사님이 저에게 머리를 다듬거나 정리를 하여 준다고 호의를 베푸신다. 괜찮다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의자에 앉게 된다.

나는 아무데에서나 머리를 깎는 것이 아니라 단골 이발소가 있다. 조금 손질만 한다는 친절에 거절할 수가 없다. 만일 거절을 하게 되면 섭섭한 마음으로 인하여 서로 간에 거리감이 조성되기에 가급적이면 청에 응하곤 한다. 그런데 조금만 손질을 한다고 하였지만, 싹둑싹둑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면 잠시 후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여야 한다.

헤어스타일이 요즘 아이돌 그룹에서 뜨고 있는 유행으로 깎은 것이다. 거기에다 무스나 스타일링 젤을 바르고 삐죽삐죽 세우기도 한다. 속마음은 속았다는 분노의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그래도 좋은 척하며 웃음 띤 얼굴은 한다. 그러나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뉴욕에서 아이다호로 사역지를 옮겨 왔다. 권사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시골 감자 밭만 있는 곳으로 목회를 하러가는 줄 아시고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는 미용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미용실 주인에게 목사님이 시골로 목회를 하러 가시니 한두 달 정도 미용실에 가지 않을 정도로 머리를 깎아 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그래서 아니라고 했지만 미용사는 권사님의 말씀에 순종을 하여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군인 같은 머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저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목사가 되니 헤어스타일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짧게 깎은 머리로 인하여 뒷목과 뒤통수가 봄바람에 시려서 다시 겨울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고 있다.

이번 시애틀 방문에도 똑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래도 아주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상보다는 많이 잘랐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나의 자아를 꺾으시기 위하여 미용사들을 사용하시는 것 같다. 주시는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대로 살고, 먹는 것 가지고 투정 부리지 말고, 그저 깎아 주는 대로 살라고 하시는 것 같다.

미용사가 깎아준 머리 스타일이 훨씬 젊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요 기쁨인 것이다.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있다. 모든 일에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손해 보는 것이 없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문가는 목사이다. 목사의 말을 들어야 하나님과 올바른 교제의 자리로 나가게 된다.

교인들에게는 목사의 말을 듣고 따르라고 전하고 있지만, 정작 나는 내 스타일을 고집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의 말을 쉽게 듣고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각 자의 고집이 있어서 자기만이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즉 교만이다.

신자라고 해서 교만한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교만이 하늘에 닿을 때도 있다. 어떤 때에는 하나님도 자기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하나님도 정죄의 자리로 몰고 간다. 아담은 본인이 피조물인 것을 모르고 교만한 마음을 가진 것이다. 즉 피조물이 창조주와 같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였다. 이것이 우리들의 원죄의 내용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버지의 권위를 고백하고 순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기초가 된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에게 순종을 요구하고 계신다. 아버지에게 순종을 하면 언약의 모든 것이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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