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한계와 십자가의 유일성(행 17:23)

 철학의 한계와 십자가의 유일성(행 17:23)

“내가 두루 다니며 너희가 위하는 것들을 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단도 보았으니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 (행 17:23)


1. 아덴의 지혜, 인간 철학의 한계

사도 바울은 당대 최고의 지성과 철학의 중심지였던 아덴의 아레오바고 광장에 섰습니다. 그곳에는 쾌락주의를 표방하던 에피쿠로스 학파와 금욕적 이성을 숭배하던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이성적 가능성과 학문적 탁월함을 통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입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인간의 지성과 합리성으로 신의 영역을 이해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교만한 종교인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학은 인간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을 고발합니다. 타락한 인간의 부패한 이성과 세상의 얄팍한 지혜로는 결코 스스로 하나님을 알 수 없으며, 하나님께 도달할 수도 없습니다. 아덴의 철학자들이 세워놓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는 제단은, 결국 인간 지성의 한계와 영적 무지를 스스로 폭로한 비극적인 증거물에 불과했습니다.


2. 설득의 실패, 선포의 유일성

이 아덴의 아레오바고에서 바울은 뼈아픈 실책을 범하게 됩니다. 바울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시인의 글을 인용하고, 인간의 철학적 논증과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복음을 변증하려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인류 최고의 지성들을 설득하려 했던 그 세련된 설교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 못 박히신 사건’은 희미해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지성에 호소한 전도의 결과는 초라했습니다. 성경은 아덴에서의 결실을 향해 그저 “몇 사람이 그를 가까이하여 믿었다”라고 쓸쓸하게 기록합니다.

“몇 사람이 그를 가까이하여 믿으니 그중에는 아레오바고 관리 디오누시오와 다마리라 하는 여자와 또 다른 사람들도 있었더라” (행 17:34)

바울은 이 아덴의 실패를 통해 뼈저린 영적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고린도 사역에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 (고전 2:5)

복음은 타락한 인간을 납득시키는 ‘설명’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포’입니다. 철학은 사물과 세상의 개념을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지만, 복음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십자가를 통해 단번에 이루신 구원의 대사건을 타협 없이 선포하는 것입니다.


3. 생명을 창조하시는 주권적 역사

우리는 복음을 전할 때, 인간이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하여 믿음에 이를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복음은 인간의 동의를 구하는 타협안이 아닙니다. 복음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시듯, 영적으로 죽은 자의 심령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시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창조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초월적인 역사 없이는 전도도, 구원도 결코 불가능합니다. 오직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생명을 얻은 자만이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고, 복음의 영광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는 것입니다.

세상은 강력한 힘과 화려한 왕권을 능력이라 말하지만, 하나님은 도리어 가장 무력해 보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을 통해 사탄의 머리를 깨뜨리시는 전능한 능력을 나타내셨습니다. 인간의 지혜를 부끄럽게 하시는 이 십자가의 유일성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4.성도를 향한 복음의 권면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의 이성과 생각으로 100%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는 구원이라면, 그것은 하나님의 구원이 아닙니다. 인간의 머리로 계산해 낼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이라면, 그것은 하나님의 초월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구원은 오직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택함을 받은 자들에게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이자 주권적인 능력입니다.

오늘도 나의 지혜와 지식을 의지하려 했던 교만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으십시오. 세상의 헛된 철학과 인간적인 수단에 소망을 두지 마십시오. 오직 미련해 보이는 십자가의 복음만을 붙들고, 우리에게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만을 높이며 살아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엘파소열린문장로교회 장용호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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